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늦가을 저물녁 하염없이 흩날리뇨
보고 싶은 사람 보고 싶어
오늘따라 유난히 은빛세계로 길을 터주네요.
혹시 수렁속에 빠질까봐 애간장태우고 있네요.
첫눈을 맞으며 두손 꼭 잡고서 걸었던 은행나무 골목
발밑에 은행잎은 깔려도 노오랗게 물들어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아요.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주며 세레나데를 나지막히 불러주던 그 때 그 사람
아득히 먼 세월속에 얼굴마저 가물가물 이름도 잊어먹었지요.
원시의 태고적 땅 하이얀 솜털 나뭇가지에 신의 한수로 동양화 한 폭
눈길을 마구 걷다보면 앞길을 가로막는 대나무가지에
그만 머리가 걸려 눈세례 은가루 내 머리카락에 우루루 쏟아부었지요
세상 천지 모두 은빛 휘황찬란한 빛살에눈을 뜰 수가 없어요
눈속에 파묻힌 마을 굴뚝에서 하이얀 연기가 S자로 휘감고 올라가네요
첫눈오는 날 연인들과 만나서 말없이 걷고 싶어요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고 싶어서 가슴앓이 생채기에
쬐그만 온정이라도 보내고 싶어서
사랑의 묘약을 찾고 싶어서
사심없이 솔직하게 가식을 떠나서
오늘만은 첫눈속으로 걸어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