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가을비속에 동화
들국화소녀
2023. 11. 16. 14:22
메마른 핏줄이 쭈볏쭈볏 솟아나올 때
고달픈 인생살이 수업에 투자했다고 치자
앞만 보고 쫓기다시피 한눈팔새없이 내달린 세월앞에
천하장사 따로 없지
울적해진 맘은 그저 가을비속의 동화를 떠올려보자
오늘처럼 비가 온종일 내리고 희뿌연한 안개가 끼면
건물들만 뽀롯이 얼굴 내밀고 빙그레 웃었지
아무도 보이지 않는 거리에 우뚝 솟은 건물들
폭풍우에 돌풍에 쓰러진 단풍나무를 일으켜주었지
으시시한 풍경 저으기 산너머 푸르른 산등성이는 하늘과 닿아서
마치 천국으로 오라고 초청장을 보낸 것 같아
호주머니에 양손 덥썩 넣고 그냥 가을비 맞으며 걸어가보자
처음 만났던 첫사랑도 가을비속에 녹아들어 내 애간장을 태웠지
수십년의 연륜속에 사랑은 이제 가물가물 무덤덤한 사람
비를 맞으며 그냥 오솔길을 걸어가보는 거야.
무엇이 정답인지 아무도 몰라 그냥 살아가보면 연륜이 쌓여서
그제사 고개를 끄덕끄덕
지난 시절 아팠던 추억을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그냥 그렇게 흘러서 조금조금 아픔의 흔적을 삭히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