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없는 가게엔 문짝에 메뉴글씨만 선명하게 살아있어
도도리묵 진짜 파전 동동주 겨우살이 차 라면 등등
산골짜기에 눈이 숨바꼭질하며 꼭꼭 숨었다.
쉼터의자엔 눈이 녹아서 손님들이 앉기를 바래고 있어
겨울왕국엔 얼음천지라 나그네들 발걸음도 천근만근
어느 누가 얼음눈길을 걸어가고 있단 말인가?
패딩에 장갑 꽁꽁 둘러메고 걷자니 몸도 둔해져 뒤퉁거리는 오리다.
얼음빙판 언덕길 오를 때 아이젠 차고 걸어가니 이건 발에 족쇄를 차고
죄를 사해주라고 부처님께 빌러가는 아미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비자나무군락이 된 나무계단길 그눈이 다녹았어
그렇게도 많은 비자열매가 나무계단에 수북히 쌓여있었는데....
빨리 아이젠 벗어던져
원적암 근처길은 높고 양지바른 길 걸어가기엔 최적의 길
가끔등산객 몇명이 지나가며 단풍나무를 바라보고 있어
참나무 꼭대기엔 아슬아슬하게 얹혀사는 겨우살이
너는 눈이 좋아 뻘벌대며 네 기운을 뽐내고 있구나!
딸각다리지나서 나무사이를 걷고 있자면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울적할 땐 산책하면서 나무들을 보며 성장속도가 엄청 빠름에 깜작 놀라기도 했지
우리네 인생도 젊었을 땐 엄청나게 빨리 지나간 것 같아 아쉬움만 남았지
이젠 천천히 겨울날 산책길을 걸어가자니 지난 시절이 그립구나!
지금이야 생각이 나겠지 그때는 생각도 못하고 마구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며 뛰어갔겠지
생존경쟁속에서 살아남을려고 발버둥치며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돼서 일터에서 땀흘리며 일했겠지
인생길이 얼마나 길다고 바둥바둥 살아간단말이냐?
지금 여유를 갖고 뭔가 생각하며 내가 누구인지 찾고 싶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온다지만 이 시간은 뭔가 특별하게 기념하고 싶다
오늘은 내가 태어난 날, 우리 엄마가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니 다 부모님 덕분이지.
지금은 내가 그 위치에서 자식들을 바라보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자 손을 벌려본다.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니 끈 떨어진 인생같아 참 슬픔을 여러해 겪었다.
믿기지 않은 진실, 하지만 내 마음속엔 영원히 부모님이 자리를 꽉 잡으셨다.
오늘도 행복하게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갈 지 생각을 많이 해 본다.
어떻게 여기까지 쏜살같이 걸어왔다니 참 불편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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