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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눈 오는 날 독백

저렇게도 무심히 눈이 내리네

거리낌없이 무조건 하늘에서 막 쏟아지네

인력으로 오지 말라고 막아보아도 방패는 소용없네그려

천년의 한이 맺혀서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쏟아낸다네

누가 뭐래도 내가 갈 길은 아무도 막을 수 없어

수많은 보풀들이 날갯짓하며 땅으로 내려오고 있구려

가슴속에 맺힌 한이나 속시원하게 한꺼풀 벗겨내고 싶구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절로 쏟아지는데 어찌할 수 없구려

사랑하는 사람들 먼저 천국으로 떠나갔지만 

내 가슴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얼굴들

운명이라 생각하고 보내드리긴 했지만 

여전히 보낼 수가 없는 이 마음 달랠길 없구려

지천이 하이얀 눈  순백속에 반질빤질 사랑하는 이의 넋이구려

푸르른 저 산도 흰눈속에 숨어버리고  슬픔속에 목놓아 울고 있소

음침한 하늘에 흰눈까지 내리면 마법에 걸린 세계

햇님이 쨍 눈깜작할 새  축축히 적신 슬픔을 말려주며 품안에 안아주고 있구려

어둠이 몰려오면 넘어질까봐 하이얀 형광등으로 길을 훤히 비춰주네

냉차고 무뚝뚝하지만 질화로처럼 온기를 세상에 퍼뜨리네

어수선한 이 내 마음  평정을 되찾고

나 이제 등에 멘 짐을 벗어놓고 떠나게 됐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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